천지만물이 시작과 끝이 있음으로 하여 생명이 존재한다고들 하고 탄생은 무덤에 박히는 새로운 팻말의 하나라고들 하고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에서 집념은 율동이며 전개이며 결실이라고들 하고, 초목과 금수와 충류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들 한다. 인간의 죽음은 좀 사치스러워서 땅 속 깊숙이 묻혀지고 혹은 풍습에 따라 영혼의 천상행을 위해 편주에 실어 물 위에 장사지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짐승들같이 고기밥이 되는 일도 있고 짐승에게 창자를 찢기기도 하고 까마귀밥이 될 수도 있다. 이 갖가지 죽음의 처리를 앞두면서, 헛된 탄생에 삶을 잇는 그 동안 집념의 조화는 참으로 위대하여 옷을 걸치고 언어를 사용하고 기기묘묘한 연극으로써 문화와 문명을 이룩하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비극과 희극이 등을 댄 양면 모습이며 무덤의 팻말을 향해 앞뒷걸음을 하는 눈물 감춘 희극배우, 웃음 참는 비극배우의 일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토지. 박경리>






40401
62
10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