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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송영광

hobby 2010/11/10 22:58

보지도 못한 하나님을 만들어내고 귀신을 만들어내고 영웅을 만들어내고 왜들 그러지요?
사람답게 못 사는 한풀입니까?
왜 사람들은 남들에게 이런저런 옷을 입히기를 좋아하는 거지요?
아름다우면 추하게 입히려 하고 추하면 아름답게 입히려 하고,
반대로 아름다우면 더욱더 천상적으로 꾸미려 하고 추하면 더욱더 지옥으로 만들려 하고, 진실은 어디 있습니까?
온통 빈 껍데기, 빈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치장하고 화려한 무대에서 연주할 때 관객들은 환호합니다.
열광합니다. 껍데기만 보구요.
껍데기를 벗어버린 무대 뒤가 얼마나 살벌한지 아십니까?
추악한 일들, 더러운 몰골들이 여기저기 웅크리고 있습니다.
지분으로 떡을 쳐서 청중의 인기를 독차지한 가수가 무대 뒤에선 임자 없는 추녀라든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여배우가 기둥서방한테 머리채를 잡힌 채 지갑바닥까지 털어야 했다든가,
인생이란 따지고 보면 본시 그런 모습,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럽고 과히 아름다울 것도 없는, 그게 삶의 현실 아닐까요?
대체 신성한 곳은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한탄하는 밑바닥 인생인데 말입니다, 조선을 지배하는 왜놈의 종자랍시고 그놈들,
왜놈 노가다 패가 조선인 노가다를 떡치듯 패고 망가뜨리고 병신으로 만들고.

그거는 예를 들어서 한 말이지만 계층 따라서 그 방법은 물론 달라지겠지요.
맞는 놈 때리는 놈, 도처에 있는 그런 관계가 없어지겠습니까?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밥그릇 크기를 따져서 생긴 일입니까?
진주서 농청과 백정이 싸웠을 때도 이해와 상관없이 순전히 우월감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누르고 짓밟지 않고는 못 견디는 인간의 본성,

그렇습니다. 인간의 본성 말입니다. 그 본성, 본성 말입니다.
밥그릇이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위냐 너가 위냐, 그것 때문에 더 많이 때리고 맞는 것입니다. 개인도 그렇고 민족도 그렇구요.
재물이나 권력이 한 인간의 생존을 지탱하는 데 얼마만큼이나 필요하겠어요?
천재지변이 없는 한 평등이면 굶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보다 많은 재물, 보다 강한 권력을 가지려는 것은 실상 배고픈 것하고 절실하게 관계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잘나고 호령하고 지배하고, 그런 걸 위해 권력과 재물을 가지려 하는 거 아니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생에서 얻은 것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다, 대체 그건 무엇일까요.
호령하고 뽐내고 남을 짓누르는 것 말입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일까요?
자유와 평등과 정의, 잘난 사람들 걸핏하면 흔들어대는 깃발이지만요, 그것은 거의가 불순합니다.
우월감이 딱 자릴 잡고 있거든요. 지배를 예비하고 있단 말입니다.
깃발처럼 높이 솟으려는 의지가 있단 말입니다.
사실 그것으로 권력을 잡아왔구요. 정의니 팔굉일우니, 공영이니, 침략자 왜놈들이 즐겨 쓰는 말 아닙니까?
과연 정의가 있습니까? 자유가 있습니까? 평등이 있습니까? 있어본 일이나 있습니까?

2010/11/10 22:58 2010/11/10 22:58